일례로 서양을 중심으로 한 근대 미술공예운동과 20세기 후반 제작된 다양한 양식이 혼재된 스튜디오 장신구의 흐름이 이미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도 여전히 공예와 순수미술을 엄격히 구분 짓고 공예를 하위로 두는 현실에 부딪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작가와 작업의 예술성에 주목하고, 피상적인 장르 분류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Just Art! : Beyond Borders" (그저 예술! : 경계를 넘어서)"라는 이름으로 기획되었습니다.

현대 작가들은 공예품을 만들 때 더 이상 숙련된 손기술에만 의존하거나 특정 기능에 초점을 맞추지 않습니다. 순수개념을 자신만의 창의적인 방법으로 자유롭게 구현하고, 재료의 물성을 깊이 연구하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의 원형을 발견함으로써 철학과 미학적 실험이 담긴 예술로 승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총 25명의 작가가 130여점의 예술작품을 선보입니다. 전시에 참여하는 모든 작가는 현대예술장신구와 다양한 예술 오브제, 회화, 설치작품 등을 함께 전시합니다. 장신구와 비장신구의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서 다양한 예술 작업을 선보임으로써, 공예와 순수미술이라는 관습적인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시를 의도하였습니다.

전시 제목인 "Just"의 정의 중 공정한(fair)이라는 뜻도 있듯이, 전시는 공예와 순수미술을 수직적인 위계로 보기보다는 개별 작업이 지닌 예술적 가치에 따라 평가 받는 공정한 예술을 지향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Just"와 "art"의 중간 글자를 조합하면 "star"가 됩니다. 모든 작가들이 하늘 높이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전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Just Art! : Beyond Borders"는 공예와 디자인, 순수미술을 엄격하게 구분짓는 틀에서 벗어나 장르와 재료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층적 만남’을 보여 주는 전시입니다. 이번 전시가 기존에 하위 장르로 인식되었던 공예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공예의 세계가 다양하게 확장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문화 담론으로서의 공예의 방식과 가능성에 대해 성찰하고, 융합과 소통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2023년 12월

푸른문화재단 이사장